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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제조 데이터’를 놓치면 진짜 경쟁력을 잃는다

봄날 순동이 2025. 7. 19. 17:13

인공지능 시대의 패권은 알고리즘에서 데이터로, 다시 제조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제조 데이터를 AI 시대의 희토류라 부르는 이유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작 이 핵심 자산을 소홀히 하고 있다.

 

지난 618,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가 발표한 정책자료에는 제조 데이터를 다룬 항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구축, AI 고속도로 조성 등은 명시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제조 데이터의 수집, 가공, 관리, 보호 전략은 빠져 있다. 이대로라면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을 정부가 놓치고 있는 셈이다.

 

왜 지금 제조 데이터인가.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답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맹국의 제조공장을 자국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공급망 안보를 넘어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제조 데이터는 AI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적용 가능한 지능으로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학습 자원이다.

 

실제로, 구글과 오픈AI, 팰런티어 같은 미국의 빅테크들은 한국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제조 데이터를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다.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루 응 교수조차 국내 굴지의 제조기업에 무상 컨설팅을 조건으로 제조 데이터 공유를 요청한 바 있다. 중국은 이미 딥시크(DeepSeek)라는 독자적 소버린 AI’에 화웨이, BYD, 샤오미 같은 자국 제조기업을 결합시켜 레드테크로 부상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은 2023년 기준, 제조업 1만 명당 로봇 1,012대를 보유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한 로봇 밀도 강국이다. 이는 세계 평균의 여섯 배를 웃도는 수치이며, 싱가포르(770)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그러나 이 놀라운 자동화 수준은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의미하면서도, 그것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해외 기업들의 학습 자산으로 이전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제조 데이터를 단순한 산업 부산물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민간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와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외국 기업과의 협업에서 제조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이전되지 않도록, ‘데이터 이전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제조 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 AI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하드웨어 강국에 머무를 수 없다.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제조국가로 나아가야만, 글로벌 AI 경쟁에서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와 데이터 자산을 갖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책의 의지다.

제조 데이터는 우리 손안의 보물이다. 그것을 잃고 나서야 가치를 깨닫는 실수를 해선 안 된다.

박순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