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처럼 마음에 스미는

풀잎으로 다시 서다 - 예기치 못한 교훈-

봄날 순동이 2025. 9. 29. 14:52

 

풀잎으로 다시 서다 - 예기치 못한 교훈-

박순장

 

갑작스러운 사고가 모든 것을 멈춰 세운 세상,

살을 에는 듯한 육체의 고통과

희미해진 삶의 희망.

그 절망의 병상에 홀로 누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막이 걷히듯, 세상이 투명하게 보였습니다.

이슬처럼 선명하게 그림자 없이 드러나는

오래도록 따뜻한 빛 아래 가려져 있던

사람들의 인성, 그 차가운 민낯.

 

순수하다 믿었던 수많은 관계들은

나의 깊은 고통과 어려움 앞에서

혹여 자신들의 안온함이 깨질까 두려워

애써 시선을 거두고 등을 돌립니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서글퍼지니, 참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마냥 착하고 곱게 피어 있으리라 믿었던 세상이

얼마나 덧없는 착각이었는지,

이 짧은 몇 주간의 상실이 가슴 저미게 가르칩니다.

 

이제 이 고독한 터널을 벗어나면

인간관계의 허상들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더욱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 속을 걸어갈 것입니다.

 

더 이상 얕은 정에 기대지 않겠습니다.

길가 풀잎처럼, 소리 없이 홀로 뿌리 내리고

이슬처럼,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깨끗이 빛나며.

 

상처 속에서 얻은 가장 귀한 깨달음은

삶 속에서 인연을 조심스레 가려야 한다는 것.

이 아픔은 슬픔의 끝이 아니라,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서늘한 새로운 시작입니다.

2025. 9. 29. 느낌으로 박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