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나 - 자연과 내면의 교감 중심의 서정적 산행기

폭염 속 백운대 산행 – 진짜 뜨거움을 맛보다

봄날 순동이 2025. 7. 27. 00:01

 

폭염 속 백운대 산행 진짜 뜨거움을 맛보다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날, 나는 무모하게도 북한산 백운대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기온 35.2, 체감온도는 무려 37.2. 이미 아침부터 숨이 턱 막히는 날씨였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날일수록 더 도전하고 싶어지는 게 산의 유혹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북한산우이역에서 시작해 진달래능선을 지나 대동문, 용암문, 백운봉암문, 백운대를 찍고 도선사를 거쳐 다시 우이역으로 돌아오는 10.2km 구간에 도전했습니다.

진달래능선까지는 그래도 선선한 나무 그늘에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동문을 지나 용암문, 위문을 거쳐 백운대에 가까워질수록 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백운봉암문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600m의 암릉 구간은 그야말로 '지옥의 통로'였습니다. 철손잡이는 햇빛에 달궈져 장갑 없이 잡으면 화상을 입을 듯했고, 암반에서 튕겨져 나오는 열기는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겨우겨우 백운대 정상에 올라 태극기 앞에서 인증샷을 하나 남겼지만, 도무지 정상에 앉아 쉴 여유가 없었습니다. 열기로 휘청거리는 기운, 땀으로 흠뻑 젖은 옷, 갈증에 말라가는 목. 정상에서는 한순간도 버티기 어려워 곧장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500ml 생수를 네 병, 2리터를 챙겨갔다는 점이었지만, 고온 속에서는 수분 보충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소금을 챙기지 못한 탓에 땀으로 배출된 염분의 손실이 체력 저하로 이어졌고, 급기야 다리에 약간씩 쥐가 오는 느낌까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도선사에서 북한산우이역까지의 마지막 구간이었습니다. 나무 그늘이 드물고,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 발밑에서는 복사열이 올라오며, 위에서는 태양이 작열하는 그 길은 찜통더위를 넘어선 불가마 같았습니다. 땀이 흐르는 게 아니라 마치 쏟아지는 느낌이었고, 길가에 주저앉고 싶은 유혹과의 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북한산우이분소 옆 쉼터. 그곳에서 마신 냉동 생수와 얼음같이 시원한 포카리스웨트는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음식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후 지하철 안의 냉방이 만들어주는 세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찬물 샤워를 하는 순간, 이 세상의 고통이 씻겨나가듯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퍼졌습니다.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렷하게 살아 있다는 걸 느꼈던 하루.

오늘 백운대에서 나는 진짜 뜨거움을 맛보았습니다.

250726 순동. 백운대를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