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본적이 '독도'로 되어 있는 호적등본을 보신 적 있나요?"
제 호적등본(현, 가족관등록부)을 떼어보면 본적지(등록기준지)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2002년 6월 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전적 신고를 마쳤고, 그해 6월 18일 울릉읍장은 제 본적을 독도로 편제했습니다. 당시에는 온라인 행정 시스템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팩스로 호적등본을 발급받아야 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왜 24년 전, 독도로 향했는가
제가 본적을 옮긴 2002년은 독도 문제가 지금처럼 전국민적인 뜨거운 이슈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시마네현이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기 훨씬 전부터 일본의 영유권 억지 주장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끌고 갈 것에 대비해 '실질적인 행정 관할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독도에 본적을 두고 거주하거나 행정적 연고를 맺는 '수'가 많을수록 국제법상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당시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활동을 하던 저는 그 대의에 동참하고자 결단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제 아내와 자녀들까지 모두 본적지가 독도로 옮겨지게 되었지요.
"너 장난하니?" 아이들이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
본적을 옮긴 후 아이들이 학교나 직장에서 등록기준지를 적을 때마다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등록기준지에 '독도'라고 적으면 친구들이나 인사 담당자들이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되묻거나 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호적법이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부' 체제로 바뀌면서, 본적은 '등록기준지'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주소 체계도 정비되어 과거 '독도리 산 00번지'에서 '산'이 빠지고 현재의 '독도리 00번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말뿐인 독도 사랑, 그리고 씁쓸함
사회적으로 '독도 사랑'을 외치는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상징성이 큰 등록기준지 이전을 권유하면 대부분 난색을 표하곤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엄청난 독도 운동가인 것처럼 홍보하면서도 정작 실천적 행동에는 인색한 모습들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저희는 당시 독도로 본적을 옮긴 사람들과 함께 자비를 들여 '독도향우회'를 조직했습니다. 자료 수집부터 전문가 좌담회, 홍보 활동, 그리고 일본의 동향을 감시하는 일까지 자발적으로 이어갔습니다. 독도 경비대를 직접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죠.
나는 독도에 뿌리를 둔 사람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 중에서도 독도(다케시마)로 본적을 옮긴 이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집요한 전략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 중 하나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번거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24년 전의 결정을 지금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땅 독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저는 독도에 뿌리를 내린 진정한 '독도인'이기 때문입니다.
2026. 2. 24.(23년 8개월 8일차 독도인, 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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