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작은 목소리

[박순장 칼럼] 마일리지 파문 대한항공, 소비자로부터 멀어진다.

봄날 순동이 2025. 7. 19. 17:09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한 기업결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항공산업 구조를 바꾸는 대사건이자 양사 마일리지 고객 3000만명의 재산권과 직결된 중대한 소비자 이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오만한 태도가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아시아나항공 조건부 승인하면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마일리지 통합·변경을 금지한다고 명시했지만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항공 마일리지를 재산권으로 인정한 판례도 패싱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도 마일리지를 소비자의 정당한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대한항공은 통합후 아시아나 마일리지 사용처를 축소하고, 교환가치마저 차등적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 소비자를 향한 차별과 기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은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 고객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텔레그램 채널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소비자 봉기를 연상케 한다.

 

단순한 불만을 넘어 정보공유와 대응전략 마련, 법적대응 준비로 발전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기존 대한항공 고객으로 번질 태세다.

 

완전한 합병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서비스 품질 하락, 좌석 간격 축소, 가격 인상 예고 등 불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거대 시장지배적 독과점 체제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항공소비자들의 이탈은 이미 시작됐다. 중동의 에미레이트·카타르·에티하드항공과 일본의 JAL·ANA는 서비스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빠르게 국내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고압적인 운영과 불친절, 고비용 서비스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이 '발로 투표'하는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중국 항공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불편하더라도, 대한항공만은 타지 않겠다는 정서가 퍼지고 있다.

 

심각한 변화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한항공 제휴 신용카드 해지와 함께 싱가포르·유나이티드·델타 등 해외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신뢰를 잃은 결과다.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도 이런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휴카드 발급이 감소하고 있고, 일부 금융사는 신규 제휴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고객 반응도 심상치 않다. 과거 대한항공에 의존하던 대기업조차 출장 정책을 바꾸고 있다. 중장거리 출장시 중동이나 일본 항공사를 우선 선택하도록 지침을 변경한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항공사 서비스에 민감한 만큼 이탈이 본격화되면 회복은 더욱 어려워진다.

 

소비자 불만은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대한항공의 독과점 횡포가 거론됐고, 공정위에는 조건부 승인 위반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에는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기관이 지금처럼 뒷짐만 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언론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경제면을 넘어 사회면과 1면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약속 위반, 소비자 기만, 독과점 횡포라는 키워드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대한항공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국민이 외면하는 국적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승객 유치에 악영향을 주고 내부 구성원들의 자부심 하락과 인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경쟁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한국시장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강화했고,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노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항공사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도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의 독점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아직 모든 것이 늦은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이 지금이라도 소비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시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에 집중한다면 반전의 기회는 있다.

 

그 시작은 소비자에 대한 존중과 신뢰회복이다. 꼼수로 이익만 챙기려 한다면 소비자들은 단호하게 등을 돌릴 것이 자명하다.

 

기업은 소비자를 배반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 신뢰가 무너진 브랜드는 무의미하다.

 

합병에 따른 대한항공의 신뢰성 상실이 몰락의 길을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싸움은 시작됐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순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