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장(칼럼니스트,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어제(22일), 이동단말기 시장에 혼란만을 야기했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4년 통신사 간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 11여 년 만이다. 일부는 "싸게 살 수 있다"며 기대하고 있지만, 규제가 사라진 자리엔 공백만이 남았고, 통신소비자는 또다시 혼란의 중심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다시 정부와 통신사의 무책임한 실험에 소비자들이 희생될까 우려된다.
실패한 11년의 실험
단통법은 시행 당시부터 불안정했다.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은 줄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휴대폰 구매정보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5G 상용화(2019년 4월)이후 고가 요금제가 고착화되었고, 정보 비대칭 문제는 여전했고, 통신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었고, 통신사와 제조사만 배불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폐지 이후다. 과거처럼 특정 매장과 시간대에만 제공되던 '은밀한 보조금'이 다시 등장하면, 정보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불공정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공시지원금, 약정할인, 제휴·카드할인 등 복잡한 조건들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국 '호갱노릇'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식물상태 방통위, 구조적 한계 드러내
더 큰 문제는 이를 감독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무기력함이다. 방통위는 "거주 지역, 연령, 신체 조건 등에 따른 차별은 금지하며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반복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정식 회의조차 열 수 없는 식물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단통법의 주요 규정들이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되고 처벌 규정이 시행령에 담겨야 하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차별을 잡아야 할 방통위가 이런 상태라면, 시장 감독은 누가 할 것인가. "모니터링으로 대응하겠다"는 추상적 답변으로는 규제 공백 속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진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언
방통위는 폐지 이후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단속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 비대칭 해소다. 정부 주도로 단말기 가격, 요금제, 할인 조건, 지원금 등을 통합 비교할 수 있는 공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를 강제, 의무화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진짜 소비자 선택권이 생긴다.
통신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단말기 시장을 앞세워 소비자를 희생시키며자신들의 배를 불려 왔음이 사실이다. 이제는 단기 마케팅 경쟁보다 5G 품질 향상, 요금제 다양화,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소비자를 혼란시키는 복잡한 프로모션보다 투명한 정보 제공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를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
단통법 폐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난 11년간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통신사는 소비자를 다시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공정하고 건강한 통신시장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통법 폐지는 또 다른 정책 실패의 전주곡이 될 뿐이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6940
[발언대] 단통법 폐지, 다시 소비자실험이 시작됐다
비자 간 보조금 차별은 줄였다고 하지만 오히려 휴대전화 구매정보의 비대칭은 심화되고 5G 시행에 따른 고가 요금제가 고착화됐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문제
ww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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